사과의 배신 (살며 생각하며...)

오늘 아침,

날씨가 많이 쌀쌀해 진것이 새벽에 집을 나서는 나의 얼굴에 차가운 공기로 다가왔습니다.

교회 사무실에서 이것 저것 올해를 마무리하랴,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에 아침

먹는것도 잊었던 나는 갑자기 교회 냉장고에 들어있던 사과가 생각나 불이나케(?) 달려갔습니다.


기대감에 힘있게 열어본 냉장고,

나의 기대치에 어긋나지 않고 얌전하게 그 광택을 유지하며 조용히 앉아있는 몇 개의

사과 중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한개를 골라 들었습니다. 입가에 베어나오는 미소와

침샘의 자극을 꾹꾹 참으면서 주방에 있는 커다란(?) 칼로 시원하게 껍질을 벗기고

뽀얗게 드러난 새하얀 사과에 하나님을 향한 짧은 감사의 기도와 함께 힘있게 나의 이빨

자국을 깊이 새겨보았습니다.


아! 바로 이 맛이야!

시원함과 달콤함의 진한 사과향이 순간 입안에 가득차며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곧 커다란 실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겉으로는 너무나도 아름답던 사과였는데... 한입 물었을 때도 아주 달고 맛있었는데...

특상품으로 보였던 그 사과는 두입째를 문 나에게 너무나도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것은 겉의 아름다움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속이 완전히 썩고 곰팡이가 피어있는

썩은 사과; 불량품 이었습니다.


썩은 사과를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고 자리에 앉는데 갑자기 하나님의 말씀이 내 마음의

귓가에 들려옵니다.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 하며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나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났나니

그들이 나를 경외함은 사람의 계명으로 가르침을 받았을 뿐이라"(사 29:13).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받은 그의 백성이었는데...

그들은 언제부터인가 종교인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모습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받던 백성에서

하나님의 진노의 대상으로 전략한 모습을 우리는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은 그들의 당신을 향한 입술의 찬양과 예배의 모습으로 만족하시는

분이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보이지 않던 그들의 마음을 감찰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겉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먹음직 스럽던 사과처럼 간혹 나도 때로는 다른 사람들 눈에 경건(?)한

목회자로 비추어 질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겉과는 상관없이 속은 썪어있던 사과처럼, 사람들 눈에 비추어진 나의 외모와는 다르게

나의 깊은 내면의 진실됨은 하나님만이 보실수 있으시니...

혹시 오늘 아침 나에게 배신의 쓰라린 모습으로 다가왔던 사과의 모습이 하나님의 눈에 비추어진

나의 내면의 모습은 아닐까?

나는 사과의 겉만 보고 속은 보지 못함으로 겉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것을 선택하였다가 커다란

실망을 하였는데, 하나님이 보시는 내면의 나의 모습은 혹 이와 같이 썩은 사과와 같은 모습은

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부족하고 모순 투성이인 나같은 사람을 사랑하셔서 용서하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희생을 통한 보혈로 나를 부르시고, 의롭게 하시고, 영화롭게 하신 하나님의 자비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나는,

속이 썩었다고 하여서 그렇게 좋아하던 사과도 아낌없이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는데....

상한 갈대도 꺽지 아니하시고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인애는 연약한 나를

오늘도 사랑과 은혜의 커다란 손길로 나를 안고 계십니다.


오늘.

다시 한 번 하나님의 말씀의 거울에 내 외모가 아닌 내면의 초라한 모습을 비추어 봅니다.

어찌보면 그 사과보다도 더 겉과 속이 다른 모습으로 하나님의 은혜안에 살면서 가끔 하나님을

배반(?)하며, 이 세상을 살고 있지는 않은 지....입술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찬양하지만

마음속은 썩은 사과같은 모습은 없는지....


쓰레기통에 버려져 볼품없는 모습으로 쳐박혀 있는 썩은 사과의 모습과

그 썩은 사과처럼 신앙에 불량(?)인 우리 인간들의 삶 가운데 구원을 선물로 주시기 위하여

이 땅에 사람의 모습으로 오신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